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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리사이클이 아닌 업사이클

2020.11.18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의 시대, 화장품 성분에서도 소중한 업사이클 소재를 찾아볼 수 있다.



업사이클링
1993년 스위스의 마커스 프라이탁,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비가 올 때 가방 속 물건이 젖지 않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트럭의 방수 덮개, 자동차의 안전벨트 등 방수 기능이 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가방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특이한 점은, 반드시 일정기간 이상, 예를 들어 트럭의 방수 덮개 같은 경우에는 5년 이상을 사용한 재활용 소재만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들고, 재활용 소재의 여러 부분을 활용하다 보니 모든 제품의 디자인이 일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이 20~70만원으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매니아 층도 형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재활용품을 리사이클링(Recycling)하는 것을 넘어서, ‘새활용’이라는 의미의 업사이클링(Up-Cycling)이라는 개념이 적용된 제품이다. 버려진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드는 단순한 수준에서부터, 페트병으로 셔츠를 만들거나 사과껍질로 신발을 만드는 등과 같은 중간 가공처리과정이 조금 더 들어가야 하는 다소 복잡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과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기존의 분리수거 재활용이 쓰레기를 나눠서 버리는 개념에 가깝다면, 가치를 업그레이드(Upgrade)해서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된 이들의 가치는 소비하는 사람에 따라 무한대가 될 수 있다.








업사이클 성분



감 꼭지
가을에 빨갛게 익은 감을 수확하여 곶감을 만들어 주렁주렁 처마에 달아 놓는 광경은, 우리네 할머니 댁을 떠올릴 때면 늘 함께 생각나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렇게 곶감을 만들려면 감 꼭지는 따서 버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러한 감 꼭지를 모아서 추출물을 만들 수 있다.

감나무는, 추위를 견디는 내한성(耐寒性)이 좋고 대기오염에도 강한 식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우리나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감 꼭지는 감 과육 그 자체보다도 3~4배가 높은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의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에서도 토리텔리펜이라는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여 한방에서 약재로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감꼭지 추출물을 미백에 사용하기 위한 실험에서는 대표적인 미백성분인 코직산(Kojic Acid)와 유사한 수준으로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거나 오히려 약 3배 이상 티로시나아제의 활성을 저해한 것으로 알려져, 천연 미백원료로서의 효능도 검증되었다(Whitening Effect of Extracts and Fractions from Diospyros kaki calyx, Ju-young Hwang 외, 2013).






쌀겨(미강)
쌀겨는 쌀을 찧을 때 나오는 가장 고운 속겨를 뜻하는 말로, 벼의 가장 겉껍질을 벗겨내고 난 후 나오는 속껍질을 쌀겨 혹은 미강이라고 부른다. 현미를 도정하고 나면 버려지는 쌀겨가 연간 약 70만톤 정도가 발생하고 있고 이중 30% 정도만이 미강유(오일)나 식용 효소 또는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미백 원료로 많이 알려져 가루를 내어 팩으로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실제로 쌀겨에는 비타민 B1, B2, 나이아신과 같은 비타민 B군과 마그네슘, 인, 망간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또한 쌀겨에 함유된 감마오리자놀(γ-oryzanol)은 자율신경의 기능을 활성화하여 자율신경 실조증을 개선하고 갱년기 증상 완화,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며, 수분 보유량을 개선시켜 피부 보습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카카오 껍질
신들의 음식이라는 뜻의 ‘떼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 풍부한 폴리페놀과 무기질,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며, 카테킨은 녹차의 20배에 달할 정도로 영양분이 많은 카카오는, 주요 산지인 중남미 지방의 원주민들에게는 귀중한 식용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가 보통 먹는 초콜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카카오 원두(열매)의 껍질을 벗기고 가공을 하는데, 이 껍질 또한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칼슘이나 칼륨, 인과 같은 성분을 비롯해서 비타민 B1, B2, B6 뿐만 아니라, 비타민 B 복합체로 여드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판토텐산이 함유되어 있다.





포도 씨
6천여년 전의 이집트에서 포도의 효능을 극찬했을 정도로, 포도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 가장 인기있는 과일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포도씨가 가진 효능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포도씨에는 OPCs(Oligomeric Proanthocyanidin Complexs)라고 불리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OPCs의 대표적인 작용은 항바이러스, 항염, 항알레르기 작용이며, 항산화제의 대표적인 특성인 노화를 막아주거나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세포의 변형을 막아주는 작용도 함께 한다.

또한 포도씨 추출물은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어, 각종 심혈관계 질환 뿐만 아니라, 수술 후 부종이나 항암 및 상처 치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게다가 요즘 가장 관심이 많은 면역력 개선과 탈모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니, 앞으로 포도를 먹을 때는 포도씨를 버릇처럼 뱉어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옥수수 속대
요즘 들어, 옥수수 속대만 모아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많이 보인다. 한동안 유명 음료회사에서 옥수수 수염을 가지고 V라인을 만든다며 차를 만들어서 팔았었는데, 옥수수 속대가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옥수수 속대의 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이라는 성분이 치주염이나 치통 완화에 효과적이며, 구강안의 뮤탄스균 증식을 억제하여 치주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방송이 나오면서, 옥수수 속대를 가지고 차를 끓여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몸건강에 좋은 성분으로 알려진 베타시토스테롤은, 근본적으로는 몸의 염증을 완화하는 항염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화상용 연고에도 사용이 되어 피부 재생에 효과가 있는 성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너무 딱딱해서 차로 끓이거나 추출물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옥수수 속대가, 식물성 화이버 전문 공장에서 제대로 된 공정을 거쳐서 가루가 되면 훌륭한 스크럽제로서 겨울철 각질관리에도 효과적이라고 하니, 정말 옥수수는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식물인 듯하다.







업사이클 소비패턴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프라이탁 가방을 필두로 하여 수많은 업사이클링 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하였으나, 특히 요즘처럼 업사이클링이라는 개념이 각광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2018~2019년 트렌드로 언급한 미닝아웃(Meaning Out)과 필(必)환경 소비의 중심이 되는 MZ세대(1980~2000년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점점 더 소비시장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대가 커져서 비건, 업사이클링과 같은 착한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자들은 코로나 19가 사람들의 활동을 멈추어 자연을 정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용이라고 할 정도로, 코로나 이후 미세먼지 없는 하늘을 누리게 되면서, 소비자들 스스로가 환경을 보호하는 것에 대한 결과물을 더욱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업사이클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소비의 흐름이라고 보인다. 아직까지는 가방이나 신발과 같은 패션 제품이나 조명, 노트북 거치대와 같은 소품에 적용된 사례가 대부분이고, 뷰티업계에서는 다 사용하고 난 공병을 다시 모아서 예술작품을 만드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앞서 제시한 사례와 같이 화장품에도 조금의 가공을 거친다면 충분히 업사이클링을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사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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