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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선] 싱글 오리진 원료

2020.08.11







일반적으로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들 중에서 꽃이나 나무 등의 식물을 그 원재료로 하는 화장품 원료(주로 추출물이나 오일류)들은 원물의 수급 안정성 때문에 원산지를 한 곳으로 정해서 오픈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화학물질이라면 필요할 때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최소 6개월 내지는 1년 이상 키워야 하는 천연물의 수확량은 이미 정해져 있으며, 그나마도 폭우나 가뭄, 태풍 등의 천재지변으로 인해서 그 수확량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화장품 자체는 공장에서 생산을 하다 보니 일종의 ‘공산품’과 같은 인식이 있어서, 내가 사고 싶을 때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원산지가 특정 지역으로정해지는 경우, 원료 회사 입장에서는 수급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리스크가 있어서, 원산지를 특정 지역으로 정해놓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작년부터 유명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이라는 컨셉이 도입되면서, 원두를 섞지 않고 특정 원산지, 심지어는 특정 농장 하나의 원두만으로 내려서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고자 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고급화와 차별화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에도 맞아 떨어져, 커피 뿐만 아니라 티(Tea), 화장품과 같은 기타 소비재들에도 적용되어, 홈쇼핑 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특정 원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볼 수 있다.









한참 유행하던 셰프들의 요리 대결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언급되던 트러플은 저렴한 중국산까지 시중에 돌아다닐 정도로 나름 대중화된 식재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러플이야말로 지역과 품종을 따져서 소비해야 하는 원재료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트러플은 Tuber 속(Genus)의 여러가지 종(Species)으로, 이중 화장품 원료로 사용 가능한 종은 Tuber Aestivum(여름 송로), Tuber Magnatum(흰 서양 송로), 그리고 Tuber Melanosporum(검은 서양 송로)의 3가지이다.

이 가운데서도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릴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은 블랙 트러플인데, 스페인의 소리아(Soria) 지역에서는 겨울에 블랙 트러플을 채취하여 그 깊은풍미와 짙은 향, 색을 진하게 한다고 한다.

심지어, 시중에서 블랙트러플의 반값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는 여름 송로의 경우, 오징어 먹물과 같은 염료를 넣어서 마치 겨울 트러플처럼 검은색을 진하게 보이게 한다고 하니, 블랙 트러플이 지니는 가치가 얼마나 높은 지 가늠할 수 있다.

스페인의 17개 지방자치주(州)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카스티야이레온(Castilla y Leon)지방은, 스페인 전체 면적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이곳은 자연보호구역이 많은 내륙고원이라, 면적에 비해서 도시개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청정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소리아 지역은 프리미엄 식자재의 천국으로 불리우며 블랙 트러플의 최대 산지 중 하나로, 스페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수의 값싼 중국산 트러플들이 블랙트러플의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블랙 트러플이야말로 싱글 오리진을 따질 가치가 있는 원료라고 할 수 있다.








올리브 오일은 식용유 대신 많이 사용되기도 하고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으로도 소비가 많이 되고 있는 오일이다 보니, 특별히 원산지를 따져가면서 사 먹어본 기억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저 엑스트라 버진이 정제된 오일보다 영양가가 많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엑스트라 버진, 즉 비정제 오일이 정제된 오일에 비해서 가지는 여러 가지 영양 성분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폴리페놀이다.

폴리페놀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물질로,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 (유해산소)와 반응하여 무해한 물질로 바꾸어 주는 방식으로 항산화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리브 오일에서 나는 약간 쌉싸름한 뒷맛이 바로 이 폴리페놀의 맛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는 이러한 폴리페놀이 정제 오일에 비해서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함량이 높은 오리진의 올리브 오일이 있다. 바로, 스페인 올리브 오일 생산량의 약 70% 이상을 담당하는 안달루시아(Andalucía) 지역의 올리브 오일이다.

안달루시아는 2018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덕분에 유명해진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곳으로, 이 곳에서 주로 생산되는 오히블랑카(Hojiblanca) 라는 올리브 품종은 특히 1년에 1번, ‘보름달이 뜨는 주간’에만 수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확 시기에 대한 이야기는 로마신화에 나오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보름달이 떴을 때 대기와 나무 사이의 압력이 증가하여 나무의 수액이 위쪽으로 상승하면서 열매에 가장 높은 폴리페놀이 함유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 매우 흥미롭다.

실제로, 착유된 올리브 오일의 폴리페놀 함량을 측정하였을 때 평균 약 900ppm 정도로 측정되고 있어, 타 지역의 올리브 오일 대비 높은 폴리페놀 함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처럼 보름달이 떠있는 동안에 땅에 닿지 않게 수확해서, 서로 눌리지 않게 조심하여 운반, 27℃ 이하의 냉압착(Cold Pressed) 공법으로 추출되는 안달루시아의 올리브 오일은, 제조공정상의 특이성으로 영양성분이 파괴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기 때문에 5성급 호텔이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채택되어 사용되고 있을 만큼 프리미엄 오일로써의 가치가 있다.









올리브 오일에서 발견되는 폴리페놀의 쌉싸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천연 재료는 카카오이다. 사실, 카카오맛 보다는 설탕의 단맛을 초콜렛 맛으로 익숙해져 있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쌉싸름한 맛의 다크 초콜렛을 건강을 위해 찾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우리에게는 놀이동산으로 더 익숙한 캐러비안 바다(Caribbean Sea, 카리브 해)에 접해 있는 과테말라에서는 온 가족이 카카오로 초콜렛을 직접 만들어 아이들과 같이 먹는다고 한다. Theobroma Cacao, 신들의 음식이라는 뜻의 학명을 가진 카카오에는 녹차의 약 20배에 달하는 카테킨 등 풍부한 폴리페놀과 무기질, 미네랄과 같은 풍부한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원주민들은 순수한 카카오 초콜렛을 불량 식품이 아닌 영양 식품으로 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제껏 먹어왔던 초콜렛은, 여러 곳에서 생산된 카카오 원두를 블렌딩해서 우유와 설탕으로 대량 보급하는, 마치 프림 두 스푼 설탕 두 스푼의 믹스커피 같은 것이다. 이에 반해 싱글 오리진 카카오는 커피처럼 원두의 생산지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싱글 오리진 커피의 가치를 알고 향유할 줄 아는 소비자라면 초콜렛도 싱글 오리진을 즐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곳 저 곳의 원두를 블렌딩 하려면 소위 경쟁 입찰을 붙여서 가장 저렴하게 원두를 파는 생산자와 거래를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든 제3국의 농민들이 그러하듯, 저렴한 원두를 파는 생산자만이 살아남는 구조에서는 불공정한 노동환경이 당연시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가 싱글 오리진을 소비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마스크와 혼연일체가 되어 살아야 하는 코로나 시대가 되었다. 문자 그대로 지긋지긋한 코로나는 여름이 되어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니 이제는 습한 장마까지 겹쳐서 마스크 속에서, 그리고 마스크에 닿는 입가, 볼 주위의 트러블이 가실 날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성초를 찾는 소비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성초는 쿠에르치트린(Quercitrin)과 같은 성분이 자체적으로 살균 효과를 나타내어 병충해의 침입을 방지하여 재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작물로 알려져 있을 만큼 훌륭한 항염 효과를 나타내는 식물이다.

이 중에서도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적인 숭앙을 받아온 민족 신앙의 영지(靈地)로서, 지리산 약초라 하면 이러한 지리산의 정기(精氣)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약효가 더욱 출중하다고 믿는 소비자들이 많다.

실제로 토지가 비옥하고 연평균 기온 12℃의 온화한 남부 지역의 기후이면서 지리산을 둘러싼 주변의 도시가 번잡한 곳이 아닌 곳이다 보니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농업지역 중에 하나이다.

최근에는 어성초를 우려낸 추출물 뿐만이 아니라, 2020년부터 화장품으로 새롭게 편입된 고체 미용 비누에도 잎을 100%를 그대로 갈아 넣어, 어성초 고유의 약효를 클렌징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제품화한 고형 비누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싱글 오리진 원료들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산지와 직거래를 할 수 없다면 감히 싱글 오리진을 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은 1차 산업의 발전과 소득의 정당한 분배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은, 이미 수년전부터 ‘공정무역(Fair Trade)’이나 ‘착한 소비’라는 소비 트렌드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싱글 오리진 원료를 가지고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원물 생산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여 모두가 상생하는 구조로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기본 마인드가 있으므로, 말그대로 몇 푼 더 벌기 위해 제품에 장난을 치지 않는다. Honesty is the best policy. 요즘처럼 빠르게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에, 정직함은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마케팅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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