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SOLUTION
[최경규]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

중년은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나이가 아니라, 이제는 나 답게 살아볼 수 있는 나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
“어떻게 하면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는 일마다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런데도 우리 마음은 왜 이리 끊임없이 기대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기뻐했다가 그만큼 또 깊이 가라앉는 걸까요?
중년이 된다는 일,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몸이 낯설어질 거라고.
이렇게까지 감정이 혼자 제멋대로 날뛸 거라고.
갱년기를 넘어서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변해갑니다. 늘 해오던 일인데 예전만큼 힘이 나지 않고, 어제는 아무렇지 않았던 말 한마디에 오늘은 눈물이 고입니다.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봐도 딱 맞는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그냥 게으른 것도 아닌데, 그 어디쯤에서 나는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잖아’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그 위로 마저도 금세 바람처럼 흩어져버립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SNS를 가득 채우는 멋진 이벤트들, 환하게 웃는 얼굴들, 화려한 여행과 빛나는 일상들. 분명 나만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그 느낌은 소리 없이 우리를 고립시킵니다.
하고 싶다. 해야만 한다. 그런데 할 줄 모른다. 배우려니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 힘드니까 하기 싫다. 하기 싫지만 또 주위를 보면 해야 할 것 같다. 이 생각들이 악보 위의 음표처럼 되돌이표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지치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너무 오래, 너무 많은 것을 혼자 감당해왔기 때문입니다.

빼곡하게 채워진 다이어리를 펼쳐봅니다.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이 여기 있습니다. 지워진 메모도, 다시 고쳐 쓴 계획도, 그리고 어느 날 떨어진 눈물 자국도, 종이 위의 얼룩으로 그리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얼룩은 부끄러운 흔적이 아닙니다. 열심히 살아온 기록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지금 지쳐 있는 겁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는 자기 위로와 자기 공감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 오래 함께한 사람조차도 당신의 마음을 온전히 해석하지 못합니다.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죠. 그래서 우리는 힘들 때 왜 몰라주냐며 엉뚱한 곳에 원망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알아주길 기다리다 지쳐, 더 외로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스스로를 먼저 들여다봐 주세요. 내가 나를 가장 먼저 알아줄 수 있도록.
그래, 힘들었구나. 내가 힘든 거였어.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 그래, 괜찮아.
다른 누군가가 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나 자신에게 건네주세요. 어색해도 괜찮습니다. 처음엔 낯설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정한 것이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니까요.
이왕 늦은 거, 조금 더 쉬어도 됩니다.
“언제 불경기 아닌 적이 있었냐”는 옆집 식당 주인 말처럼, 힘들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보다 나를 살리는 말, 나를 일으키는 생각 한 조각이 때로는 더 강한 힘이 됩니다.
쉰다는 것은 포기가 아닙니다. 쉼이 있어야 다시 숨을 고를 수 있고, 숨을 고른 자리에서 비로소 새로운 아이디어도,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비로소 싹을 틔웁니다. 항상 실질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만 살 수는 없습니다.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은 내려놓아도 됩니다.
중년은 모든 걸 증명해야 하는 나이가 아니라,
이제는 나 답게 살아볼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하루도, 수고했습니다. 당신이 당신을 아끼는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Expert 최경규
사진
Shuttersto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