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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버든, 위험한 동거

가습기 살균제, 생리대 유해성 논란과 더불어 피부로 흡수되는 독, 경피독의 위험성이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비단 생활용품 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장품에도 수많은 화학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 소리 없이 몸을 병들게 하는 경피독의 위험성을 알아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샴푸나 세제, 화장품에 함유된 유해 화학 성분들은 피부로 유입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체내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렇게 피부에 스며드는 독을 ‘경피독’이라 부르며, 체내에 쌓여 있는 유해한 화학 물질의 총량을 ‘바디버든(Body Burden)’이라 한다. 대개 공기, 음식으로 흡수되는 유해 성분들은 경계하면서, 화장품의 유해 성분들은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각종 화장품에 함유된 독성을 지닌 화학 물질들이 미치는 심각한 사례로 암, 조기 유산, 백혈병, 신경 기능 저하 등을 유발시킬 잠재적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들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 물질들의 독성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이래, 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었고, 화장품 성분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앱들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유명 뷰티 프로그램에서도 ‘바디버든 줄이기’ 라는 슬로건 아래 화장품의 유해한 화학 성분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코너를 신설하면서 경피독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화장품 제조사들은 대부분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 성분의 양이 적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의 수와 기간을 생각해 보면, 이는 결코 적은 양은 아니다. 대개 공기나 음식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화학 물질들은 간과 장을 거쳐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피부로 스며든 화학 물질은 체내에 쌓이는 경우가 많기에 간과해서는 안된다.

피부는 표피와 진피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데, 화장품의 피부 흡수 경로는 각질층에서의 수동확산에 의해 침투되고, 표피를 통해 진피로 확산되며 진피에서 모세혈관으로 흡수된 후 전신으로 전달된다. 피부 장벽은 유해 물질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화장품에 공통적으로 함유되는 대표 화학 성분인 합성 계면활성제는 지방을 감싸 녹이는 특성상 피지막을 쉽게 통과하고 각질층으로 흡수된다. 표피를 뚫고 세포 사이로 들어온 화학 물질들은 진피 아래 지방층에 축적되어 혈액 속으로 흘러 들어가 결국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경피독으로 인한 피해가 단순히 피부 질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일상에서의 습관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고, 수많은 종류의 화학 물질들이 체내에 쌓인다면, 이는 단순히 체내에 저장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여성 질환의 상당 부분들이 세제나 생활용품, 화장품에 함유된 합성 방부제, 계면활성제 등의 유해 화학 성분에 의한 경피독으로 유발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경피독의 위험성에 대한 자각과 대안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화장품의 화학 물질에 대해 가장 노출도가 높은 직업군 중 하나가 바로 에스테티션이 아닐까. 고객들을 케어함에 있어 하루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 제품을 만지고, 고객을 케어하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 물론 숍에 따라 개인에 따라 테라피 시 위생 장갑을 착용하고 케어를 하는 곳도 있겠지만 고객에게 터치의 진가를 전달하고자, 고객이 원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맨 손으로 테라피를 진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스파에서 테라피에 대한 만족감에 감사 인사를 하려 에스테티션의 손을 마주잡았을 때 메마르고 거친 느낌에 놀랐던 적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그들은 “워낙 맨 손으로 제품도 많이 만지고 케어하는 게 일이다 보니 많이 거칠죠~ 저만 그런 것도 아닌데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민망해 한다. 또 다른 사례로 30년 경력의 어느 에스테틱 숍 원장님은 시도 때도 없이 팔 상완 부분의 접촉성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다.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은 에스테틱 초보시절부터 장시간 저가오일로 테라피를 많이 했기 때문 아닐까 싶다는 것. 이처럼 에스테티션 스스로도 경피독으로 인한 부작용을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피 흡수’ 보고서에 따르면 따뜻한 피부일수록 물질의 전달 속도가 빨라져 경피 흡수율도 높아지며, 특히 건조하거나 아토피 피부 등은 피부 장벽이 파괴되어 보다 쉽게 침투한다고 발표된 바 있다. 에스테티션의 직업 특성상 테라피 시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열감과 온열 테라피,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의 수와 기간을 생각해 보면 이대로 간과할 일은 아니다. 특히 테라피 프로그램의 단가를 맞추기 위해 화학 물질과 합성 방부제가 함유된 저가의 오일 등을 사용하여 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 더욱 위험하다. 에스테티션이 좋은 화장품을 써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의 건강뿐만 아니라 보다 더 건강하게 이 업을 이어가기 위한 에스테티션의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피부의 피지막 사수하기
화장품의 유해 화학 성분들로 인한 경피독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피부의 방어막인 피지막을 사수하는 것. 피부의 피지막을 필요 이상으로 없애는 성분이 함유된 제품들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피부는 약산성의 산도(pH 4.5~6)를 지닌 눈에 보이지 않는 피지막으로 피부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합성 계면활성제가 함유된 과도한 세정력을 지닌 클렌저, 피부에 자극을 주어 피지막과 각질층을 손상시키는 잦은 각질제거는 화학 물질이 피부에 보다 쉽고 빠르게 침투하는 환경을 만든다.
테라피 시 위생 장갑 사용하기
최근 들어 업계에서 테라피 시 라텍스 장갑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이는 위생상의 이유도 있지만, 화장품의 독성으로부터 에스테티션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코스메틱 산업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이에 화장품 성분을 피부 깊숙이 침투시키기 위한 첨단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나노 크기의 분자로 구성된 화장품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테라피 시 위생 장갑의 사용을 권장한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라텍스 재질의 위생 장갑들을 사용했을 때의 터치와 맨 손의 터치는 걱정과는 다르게 고객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혹여 라텍스 장갑을 사용하여 고객이 터치감에 불만족하지는 않을 까라는 고민은 이제 접어 둘 때도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