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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아] 브레인 테라피Ⅲ
[김근아] 브레인 테라피Ⅲ
뇌를 디톡스 한다는 것

우리 몸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 생존을 우선하여 반응한다. 이러한 급성 스트레스가 겹치고 쌓이면 만성 스트레스가 되는데, 만성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 뇌의 디톡스가 필요하다.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
초등 3학년인 사랑스러운 주니어 고객은 얼마 전 수업시간에 공포영화를 시청한 후 혼자 잠을 잘 수도, 화장실을 혼자 갈수도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머니도 매일 반복되니 피곤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마음에 고민을 털어놓았다. 1시간 반의 상담과 관리를 진행했고 2주 뒤, 증상이 좋아졌다며 기쁜 마음으로 연락을 주셨다. 잠은 같이 자지만 야간 화장실은 혼자서 다녀올 수 있게 되었고 불안해하는 증상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사람을 터치하는 에스테티션으로서 변연계(Limbic system)라는 단어는 머리에 새기길 바란다. 변연계는 감정 변화와 관련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의 계통으로, 크게 감각을 전달하는 시상(Thalamus), 스트레스 통제 기능을 맡은 시상하부(Hypothalamus),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해마(Hippocampus), 자신을 인식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감정조절 및 공포, 불안에 대해 학습하는 편도체(Amygdala)가 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두려움, 공포의 편도체 vs 합리적인 판단의 전전두피질
우리가 공포라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눈을 통한 ‘시각 자극’을 통해서다. 눈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는 뇌로 전달되고 적절한 파트로 정보처리가 된다. 여기서 공포, 두려움의 감정은 변연계의 편도체에 입력된다. 원시시대에 편도체는 생존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냥을 하던 중 나보다 몸집이 큰 짐승과 마주쳤을 때, 찰나의 시간에 결정해야 한다. 싸울지(Fight) 또는 도망(Flight)갈지! 이때는 대뇌에 합리적 의사 결정을 내릴 시간이 없다. 이 동물이 나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 존재인지 편도체가 즉각 판단한다. 그렇기에 눈으로 들어온 시각 자극이 대뇌에 입력되기 전 편도체로 곧바로 전달된다. 그것을 편도체 납치(하이재킹: Hijacking)라고 한다.

평상시 우리가 하는 생각과 판단은 대뇌의 전전두피질에서 이루어진다. 단순히 저녁 메뉴를 선택하는 것부터 집을 매매하는 큰 결정까지 여러가지 의사결정에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특정 상황에서는 전전두피질의 의사결정을 건너뛸 때가 있는데 그때가 편도체 납치(하이재킹: Hijacking) 상황이다.
위기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생존을 우선하여 우리 몸은 반응한다. 우리가 거미를 보고 깜짝 놀라거나 거미가 사람을 해치는 영화를 봤다면 그때의 긴장, 공포심이 편도체에 저장되어 까만 실뭉치만 봐도 화들짝 놀라게 되는 것이다.
위기 상황을 다른 말로는 급성 스트레스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에게 올 수 있는 위기 상황의 예를 들어보자면, 3일 뒤 큰 프로젝트 발표가 있는데 자료를 완성하지 못했다거나, 3일 전 얼굴 관리 받은 고객이 피부가 뒤집어졌다며 컴플레인을 했을 때다.
이때 우리의 몸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크게 신경계와 내분비계로 나눌 수 있다.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안면 근육은 수축한다. 심장으로 혈액이 몰려 소화기능은 저하되고 몸의 면역도 떨어진다. 내분비기관 중 부신 피질에서는 코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 혈액에 포도당을 증가시키기 위해 달콤한 초콜릿에 손이 가게 한다던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하게 만든다.
프로젝트나 고객의 컴플레인은 일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 쌓이고 급성 스트레스가 겹쳐지면 우리 몸은 적응을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이 되는 것이다.
만성 스트레스의 예를 들자면 잘 때 이를 가는 습관이나 거북목 같은 자세문제, 목과 어깨의 지속적인 통증이 있다. 상담시 ‘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위 3가지 예시를 들면 하나쯤은 해당된다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 현대인은 스트레스 상황에 무뎌져 있는 상태이다.

뇌의 디톡스, 디브레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워내는 것이다. 많은 에스테틱 홍보 문구나 메뉴에는 디톡스(Detox)라는 단어가 꼭 있다. 그만큼 신체에 쌓인 노폐물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처럼, 우리의 머리도 디톡스를 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을 덜어낸다는 뜻의 어원인 ‘de-’와 ‘brain’의 합성어인 ‘디브레인(Debrain)’이라 명명한다. 머리 안의 부정적, 과잉의 생각을 비우면 감정의 역치가 올라가고 타인의 말에 걸려 넘어지기보다 상황을 똑바로 응시하고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디브레인을 통해 감정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다.
처음에 언급한 주니어 고객에게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공포를 느낀 상황에 대해 충분히 듣고 편도체에 저장된 기억을 덜어내는 디브레인 관리를 적용 후 같은 생각이 들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2주 뒤 더 이상 그때의 상황이 무섭지 않다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나이가 어리다는 점, 상황에 노출된 시간이 일시적이었다는 점에서 1회 관리로도 좋아질 수 있었지만 성인에게도 여러 가지 진단 (예: 스트레스 검사)을 통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신체를 케어하는 에스테티션은 신체 반응을 야기하는 부정적 시그널을 듣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시그널은 정신적, 내·외부에서 여러 요인으로 유발된다. 그렇기에 고객의 작은 변화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의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가 끝났다. 코로나 이후 명절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지만 소중한 고객의 마음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몸이 고되지 않았는지 보듬어주고 나 스스로도 돌아보는 2월 한달이 되기를 바란다.

글
Expert 김근아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