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N
붉고 뜨거운 피부에 여드름이 잘 생기는 이유
여드름, 과도한 열 쏠림 현상이 문제다? 여드름과 피부 열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여드름을 유발하는 최강 빌런, 피부 열?
만성적인 여드름 피부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붉고 노란 고름 외에도 바탕 피부에 뜨겁게 ‘열’이 올라 피부가 울긋불긋하다는 것이다. 흔히 여드름의 원인을 피지나 각질로만 단정짓는데, 얼굴 위로 솟구치는 ‘열’만 제대로 잡아도 여드름 발생 빈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여드름과 피부 열의 관계를 살펴보면, 열이 오르면서 여드름이 올라오기도 하고, 반대로 여드름으로 인한 염증 반응의 결과로써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확실한 건, 피부 열을 내려주면 여드름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여드름을 ‘열(熱) 들음’이라고 하여, 신체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열이 여드름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체질적으로 열이 많거나 체내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상부로 뜨거운 기운이 집중되는 열의 편중 현상으로 인해 얼굴과 가슴, 등에 여드름이 생기기 쉽다고 본다. 이처럼 상열감이 심할수록 사지 말단이 상대적으로 냉하거나 두피에 지속적인 열감으로 인해 모발이 약하고 잘 빠지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붉은 얼굴에 꽃핀 열드름, 이유가 뭘까?
첫째, 열로 인한 피지 증가 & 수분 손실
덥고 습한 날씨, 격렬한 운동 후, 꽉 끼는 모자나 마스크의 마찰로 인해 피부 온도가 높아지면 번들거리는 피지가 피부 표면을 장악하게 된다.
실제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소 부위의 피부 온도가 1℃ 증가할 때마다 모공 속에서 배출되는 피지 분비량이 10% 늘어나며,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스쿠알렌이 증가하는 등 피부 표면의 지질 조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때 스쿠알렌이 공기와 맞닿으면서 산화되면 피지의 점도를 변화시켜 딱딱하게 고형화된 면포와 좁쌀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 늘어난 피지가 피부 표면을 뒤덮고 있는 한편 피부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감으로 인해 수분이 계속 고갈되면서 유수분 밸런스가 무너지고 피부 장벽이 얇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해 인자로부터의 방어력이 급감하면서 여드름이 발생하기 쉬운 피부 환경이 될 수 있다.
둘째, 반복적인 피부 염증 반응
여드름이 화농을 동반한 형태로 심화되거나 여드름 개선을 목적으로 한 레이저, 필링, 압출 등과 같은 자극원에 의해 피부에 필요 이상 손상이 가해지면, 염증 과정으로 인해 열을 동반하고 여드름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사실 염증은 병원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손상된 조직의 치유를 위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체내 방어 기전으로, 해당 부위로 히스타민과 같은 염증 매개 물질을 방출하고 혈관 확장을 유도하며 새로운 혈관 합성을 유도해 조직의 빠른 정상화를 이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자꾸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되면, 혈액이 한 곳에 몰려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 항원과 노폐물이 축적되고 정상적으로 배출되어야 할 염증이 그대로 머물러 여드름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피부의 면역 기능이 저하되면서 여드름 외에도 만성적인 염증성 징후를 동반한 피부로 바뀔 수 있다.
셋째, 자율신경계 불균형
과도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경추 및 척추의 정렬이 무너지는 체형 변화 로 인해 자율신경계,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간의 균형이 망가지면 가슴부터 목과 얼굴까지 붉어지는 상열감과 염증성 여드름이 나타날 수 있다.
자율신경계는 혈류를 일정하게 컨트롤함으로써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조절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혈관이 본래보다 더 늘어나면서 피부가 만성적으로 붉어질 뿐만 아니라 혈관 내에 존재해야 할 체액이 밖으로 새어 나와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목과 등, 허리 부위는 교감신경이 지나는 주요 통로로서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어 있다면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게 되면서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자세 이상으로 인해 체형이 구조적으로 변형된 상태라면 열드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열드름 종결하는 현실 스킨케어 TIP
1 압출보다 열감 순환이 더 우선
뜨거운 피부 열과 여드름이 모두 고민일 때,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까? 당장 눈에 띄는 여드름을 압출하는 것보다 피부 표면으로 들뜨는 열감을 잠재우고 정체된 혈액을 정상적으로 순환시켜 조직을 되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뜩이나 여드름으로 인해 염증이 반복되면서 바탕 피부에 이미 변형이 가해진 상태인데, 강한 압을 가해 압출을 하면 조직이 더 크게 손상되면서 또다른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피부 자체의 재생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탕 피부가 안정화되어 압출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원활한 순환에 초점을 두되, 어느 정도 열감이 걷히고 나면 압출을 시도해도 좋다.
2 차가운 스킨 아이싱의 모순
피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열감을 내리기 위해 냉장고에 넣어둔 화장품이나 쿨러를 쓰거나 여드름이 난 부위에 직접 찬물이나 얼음을 갖다 대기도 하는데, 이는 즉각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 수는 있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모세혈관에 미세한 파열이나 손상이 생겨 오히려 피부가 더 열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 세포에는 특정 온도에 반응하는 여러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이중 피부에서 시원한 온도를 감지하는 냉감 수용체가 과도하게 자극을 받게 되면서 통증을 유발하고, 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된 후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혈액 순환이 빨라져 열감을 악화시킬 수 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 앞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열을 식히는 것도 마찬가지. 결국 열드름을 위해서는 섬세하고 단계적인 쿨링 케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3 탈수 없이 피부 열 낮추는 클렌징
피부가 붉지만 피지와 여드름 때문에 클렌징 시 세정력에 중점을 둔다면, 열드름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세정력이 강한 알칼리성 클렌저는 꼭 필요한 보호막까지 씻어내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세게 힘을 주어 닦아내는 과정에서 마찰로 인해 피부 열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저자극 클렌징 밀크나 젤 타입을 선택하고 100원 동전 크기로 덜어내 손끝 지문으로 피부 결을 살리듯 부드럽게 굴려준다. 마무리 시 피부 온도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약간 따뜻한 정도의 미온수로 충분히 헹구어 주고, 이때 얼굴뿐만 아니라 목 뒷부분까지 물을 끼얹어주면 얼굴로 치솟는 열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세안 직후에는 수건으로 얼굴을 벅벅 닦기보다 두드려 물기만 가볍게 제거하고, 수분이 남아 있을 때 닦토 대신 수분감 많은 약산성 미스트나 버블 토너로 스킨케어 해줄 것.
4 모공 호흡 막지 않는 수분 케어
모공의 입구가 과도한 피지로 꽉 막혀 있다면, 피부 속에 갇힌 열감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뜨거운 열기로 인해 피부 속 수분이 고갈되면서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열드름 피부의 무너진 유수분 밸런스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제형 자체에 수분을 머금고 있는 젤이나 세럼, 에멀전 등을 선택, 열 배출을 방해하는 꾸덕하고 무거운 보습 크림이나 오일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열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분 공급과 진정에 도움을 주는 젤이나 세럼을 베이스로 듬뿍 바르고, 토너를 거즈에 적셔 10~15분간 팩처럼 올려 두거나 머드 마스크 또는 모델링 마스크를 적용하면 열을 빠르게 분산시킬 수 있다.
5 두피, 뒷목 마사지 & 반신욕
신체의 상부는 뜨겁고 하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상열하한’ 증상이 심할수록 열드름이 올라오기 쉽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의 원리를 통해 차가운 기운을 올리고 뜨거운 기운을 내리는 데 집중한다. 즉, 열기가 느껴지는 얼굴 위주의 국소 케어를 넘어 전신 순환 관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일례로 두피와 뒷목, 어깨, 척추 라인의 압통점을 10~30초간 손이나 도구로 꾹 눌러주면 혈의 막힘을 해소할 수 있고, 복부를 따뜻하게 하거나 하체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마사지로 열드름 개선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꾸준히 반신욕을 하면 심부 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6 생활 속에서 열과 최대한 멀어지기
열드름을 없애기 위한 스킨케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피부 온도를 높이는 환경에 대한 노출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생활 습관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소하지만 매일의 습관이 쌓이다 보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파급 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
→ 심부 온도를 낮추는 차가운 물, 아이스 음료 마시지 않기 (대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미지근한 물 많이 마시기)
→ 소화 기관에서 열을 내는 술, 매운 음식, 기름진 고기, 밀가루 섭취 줄이기
→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조깅, 스트레칭, 코어 근력 운동 꾸준히 하기 (강도는 서서히 높이고 마스크나 모자, 헤어 밴드 착용 피하기)
→ 여름철 외출 시에는 양산을 써 뜨거운 햇빛 직접 받지 않기
→ 눈이 빠질 것처럼 머리 끝으로 열이 올라올 땐 뒷목에 넥쿨러 두르기
→ 머리카락이 긴 여성이라면, 머리카락을 묶어 뒷목 시원하게 유지하기
→ 머리를 감을 때 고개를 숙여서 감지 말고 드라이기는 찬 바람으로 쓰기
→ 스마트폰 발열에 주의하고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기 (통화 시 핸즈프리 블루투스 이어폰 사용, 충전하면서 스마트폰 사용 자제)
→ 거북목, 말린 어깨, 굽은 등, 척추측만증에 주의하고 바른 자세 유지하기
글
by 차유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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