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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규] 너무 애쓰지 마라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2022.08.22





 
인연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복잡한 인간관계 속 내 마음 다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창랑지수의 철학

창랑지수(滄浪之水)에 청해(淸兮)면 가이탁오영(可以濯吾纓)하고 탁해(濁兮)면 가이탁오족(可以濯吾足)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초사’의 ‘어부’에서 나오는 말인데,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는다”라는 뜻으로 세상 사람 모두가 더러우면 함께 흙탕물 튀기면서 사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술 마시며 취하면 함께 술 마시며 살아야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른다는 말처럼 상황에 따라 처신을 달리해야 올바른 처세라는 말이다. 며칠 전 친구와 차를 마시며 근황을 듣던 중, 한동안 잊고 있었던 창랑지수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는 무척이나 다정다감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여러 모임에 참가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그가 부러웠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다른 모임들에서처럼 행동했을 뿐인데,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친해지고 도와주려고 문자를 몇 번 주고받은 것뿐인데 상대는 그것을 사적 관심으로 오해했고, 그 불편함을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에게 알려준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나 역시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가슴 아파하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지. 굳이 기분 나쁘게만 생각하지마. 이번 일이 어쩌면 너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요즘 세상에 과도한 친절은 때로는 오해를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앞으로 네게 다가올 좋은 일에 비슷한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암시일지 몰라.

그리고 그 사람과의 인연은 이제 다했다고 생각해. 나 같아도 섭섭하고 억울하긴 하겠지만 이제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와 함께 하고픈 인연들이 또 생길 거야. 그때는 지금처럼 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

친구의 눈빛이 전보다 편해졌다. 그의 마음에 일고 있는 생각의 꼬리를 자르고, 스트레스를 해석하는 방법을 바꾸기만 했을 뿐인데 한결 편해진 것이다. 다만 그의 마음에 난 상처가 안쓰럽긴 했지만, 관계라는 것이 사람마다 각기 다른 형상으로 비추어지고, 우리 사회에서 정형화되지 않기에 우리는 ‘내 마음 같지 않은 당신’에 상처받고 점점 ‘적당히’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가는지 모른다. 비록 그것이 사회를 메말라가게 할지라도 말이다. 인간은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어릴 적 엄마가 사주신 12색 크레파스로는 세상을 다 그릴 수 없다. 여러 색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에, 그들을 나의 프레임에 옮겨 놓기란 불가능하다. 자신의 목소리만으로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도 하지만, 최대한 격식을 차리고도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그러기에 우리 인간들은 불편하지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가 보다. 성격이라는 뜻, Personality의 라틴어 어원은 Persona, 이 페르소나의 뜻은 바로 가면이다. 즉 그 사람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고, 때로는 바뀌는 그 가면의 색깔로 성격도 바뀌는 것이다. 중국인이 지은 창랑지수라는 책처럼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그 상황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바른 처세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창랑지수의 철학이 삶에 스며들지 못할 때,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비록 나이가 들어감에 시련을 통해 작은 지혜를 얻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깊은 시름에 잠긴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을 따라다니며 같은 질문을 되뇌게 만든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문제일까”라는 반복되는 뜨거운 물음에 당신의 자존감은 끊임없이 녹아내린다.



생각에 빠지면 생각에서 나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 고민은 작아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에 빠지지 않고, 생각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이라는 나무를 너무 가까이에 안고 있으면 보이지 않지만, 조금 떨어져 있으면 나무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아픔과 슬픔에 매몰되어서는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두 발로 일어서면 무릎까지 올 수면인데도, 물에 빠졌다는 생각에 빠지면 몸과 마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호흡조차 하지 못할 수 있다. 물에 빠졌다고 무조건 죽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고민이라고 생각되는 순간 고민은 시작된다. 마음의 정의를 내리는 시점은 불분명하다.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간, 그 순간을 우리는 잘 바라보아야 한다. 함부로 내 마음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오래 머무르지 않게 말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들어오는 생각을 함부로 재단하여 가슴에 담아두지 않아야 항상 신선한 공기가 마음에 드나들 수 있다.



너무 애쓰지 마라,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인연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마음이 편해진다. 떠나가는 사람을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다가오는 사람의 유혹에 너무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인연 따라 물 흐르듯 흘러가도록 두어야 한다. 노자의 상선약수라는 말이 있듯이 인연을 물처럼 보아야 한다.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모두에게 이로운, 사라질 때는 아무 흔적없이, 깊이가 있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한 세기를 살아가는 인생의 대선배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중 공통분모를 생각해본다면 바로 “살아보니 어느 정도 팔자가 있는 것 같더라. 그러기에 너무 욕심내지 말고, 없다고 조바심내지 마라. 조금 부족할 때 오히려 가지고 있음에 행복을 쉽게 느낀다”라는 말이다.

세상 이치가 하나로 통일되면 세상에는 다툼도 오해도 없다. 하지만 나름의 철학과 다른 환경에 우리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창랑지수의 철학을 깨우치므로 살아도 좋고, 산속 자연인으로 살더라도 나만의 색을 잃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도 좋을 수 있다. 다만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우리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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