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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병행수입은 왜 허용되는가

2019.12.30





병행수입, 직구, 구매(배송) 대행이 정책적으로 장려되면서 외국 본사와 정식으로 독점 계약을 맺은 국내 독점수입권자가 큰 손해를 보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병행수입이 허용되는 법리와 예외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던 경우, 이에 대응하여 독점수입권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모색해보자.





얼마 전 지인이 병행수입 때문에 사업하기 어렵다고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다. 여러 브랜드의 유럽 화장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분인데, 브랜드를 서치하고 직접 유럽까지 가서 본사를 컨택하여 계약을 따내고, 교육 받고 국내 인허가에 통관, 마케팅 비용까지 투자해서 브랜드를 키워 놓으면, 병행수입업자가 어디선가(본사는 본인과 신뢰가 있으니 절대 제품을 내줬을리가 없다고 함) 제품을 구해서 본인보다 싼 가격에 내놓으니(정식 수입품은 인허가 비용에 마케팅 비용까지 투자했으니 보통은 병행수입품보다 가격이 비싼 듯함)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된다고. 본인이 독점수입권자이고 정당 상표권자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은 자인데, 어째서 제3자의 수입이 상표법상 허용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상품 병행수입과 관련한 문의는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자주 받아온 이슈이다. 그 중에는 100개가 넘는 제품을 취급하는 제법 큰 수입상사도 있었고 명품 가방 브랜드의 한국 지사도 있었다. 20개가 넘는 화장품 브랜드를 자체 개발해서 제조·판매하면서 동시에 유럽, 미국 등에서 고급 프리미엄 화장품을 수입해오는 회사도 있었다.

상표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문제에 답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려는 주의지만, 이 병행수입 문제 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알다시피 진정상품인 이상 독점수입권자(상표권자로부터 상표사용허락을 받은 자)의 수입 뿐만 아니라 병행수입업자의 수입도 허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향이다.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으나, 우리 법원은 상표제도는 원래 상표의 기능보호를 통하여 상표권자의 신용과 영업질서를 보호하려는 제도이므로 상표의 기능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진정상품 병행수입이 허용될 수 있으며, 나아가 현실적으로 병행수입을 금지하는 경우 결과적으로는 다국적 기업만 보호하는 격이고, 소비자의 상품선택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하면, 병행수입을 허용하더라도 원 상표권자의 이익을 해하지 않으며, 소비자들에게도 상품의 출처(원상표권자)에 대한 오인·혼동 우려가 전혀 없으므로 상품 출처 표시라는 상표의 본래적인 기능도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정책적으로도 병행수입을 장려하여 경쟁을 촉진, 소비자의 상품선택기회를 확대하고 물가 조정에도 기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부기관의 입장이다.









진정상품(Genuine Goods)이란 상표가 외국에서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자에 의하여 부착되어 배포된 상품을 말하는데, 좀더 정확하게는 i) 실질적인 출처의 동일성이 만족되면서 ii) 또한 국내외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말하며, 진정상품인 이상 병행수입은 허용된다.

실질적으로 출처가 동일하다는 의미는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하거나 또는 법률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계열회사 주식의 30% 이상을 소유하면서 최다출자자인 경우거나 수입대리점 관계인 경우 등) 경우를 말한다. 출처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란 예를 들어, 국내에 외국 상표권자와 전혀 무관한 별도의 상표권자가 존재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상표는 선택의 문제이므로 동일·유사한 상표가 동일·유사한 상품에 등록 및 사용될 수 있다. 우연의 일치로 국내와 외국의 상표권자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때에는 속지주의 원칙상 당연히 진정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국내외 동일한 품질(quality의 개념이 아니라 속성의 의미)의 제품이라는 의미는 외국 본사의 제품이 그대로 국내에 수입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내외 제품의 품질이 다른 경우란, 예를 들어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하기는 하나 국내에는 전용상표권자가 있고 그 자가 국내 전용 제품을 직접 제조까지 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국내와 외국의 제품이 서로 다르고, 국내 전용사용권자의 보호가 우선하므로, 외국 제품의 병행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K.SWISS 사건). 주의할 것은 위조상품인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병행수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내외 상표권자가 다른 경우에는 병행수입이 금지된다는 것을 이용해서, 한때 많은 독점수입업자들이 본사와의 합의하에 수입대리점 회사 또는 대표자 개인 명의로 국내에 상표권자를 달리하여 상표등록을 해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국내 상표권자가 명의만 상표권자일 뿐 실질적으로는 수입대리점에 불과하여 외국의 상표권자와 동일인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병행수입을 저지할 수 없다.

관세청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수출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표권자’의 의미에 대해 매우 충실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사례를 적극적으로 막기 위한 것이다.

본사와 국내 독점수입업자가 공동으로 상표권을 등록한 경우에도 공동상표권자인 국내업자는 수입업자에 불과하여 실질적으로 동일인 관계에 해당하므로 역시 병행수입을 저지할 수 없다.

가끔 국내 독점수입업자의 존재를 알면서도 상표가 미처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것을 틈타서 상표등록을 해놓고 국내 독점수입업자에게는 상표권 침해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본사에는 독점계약을 강요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모방상표등록은 정당상표권자인 외국 본사의 이의신청이나 등록무효심판을 통해 등록이 저지될 수 있으며, 또한 상표등록이 무효되기 전이라도 국내 상표권자가 단순 수입업자라면 독점수입업자의 수입을 막을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 상표권 침해가 아니고 통관 보류도 안되는 것만으로도 독점수입업자로서는 충분히 억울한데, 공정거래위원회의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고시’는 여기에 더 나아가서, 병행수입업자의 행위를 부당하게 저해하는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여 독점규제법에 위반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병행수입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독점수입업자가 병행수입을 방해하거나 저지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다만, 병행수입업자의 모든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i)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서의 기능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ii) ‘사무소, 영업소, 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서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보아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Burberry 사건).

또한, ‘상표권자 내지 정당한 사용권자’에 의해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수 또는 수입한 자가 임의로 그 상품을 소량으로 나누어 새로운 용기에 담는 방식으로 포장한 후 그 등록상표를 표시하거나 위와 같이 등록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하였다면 비록 그 내용물이 상표권자 등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이나 품질보증 기능을 해칠 염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 내지 전용사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적도 있다.









법원의 사례를 보자면, 국내외 상표권자를 달리하거나 전용사용권 등록을 해놓고 국내 제품군을 별도 생산하는 경우 병행수입을 저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국내외 상표권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이상, 즉 진실로 국내 상표권자가 외국 상표권자와 다른 경우가 아닌 이상 병행수입은 막기 어렵다.

또, 요즘 같은 글로벌 인터넷 시대에 국내에도 좋은 품질의 우수한 제품이 차고 넘치는데 굳이 외국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같은 브랜드이나 국내 별도 생산인 제품을 구입할 이유가 없으니 전용사용권 등록 후 국내 별도 생산이라는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

이렇게 막막한 가운데 머리를 짜내 보자면, 화장품이나 식품, 전자제품의 경우에는 허가나 인증, 신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국내 유통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병행수입업자가 정식 인허가나 신고 없이 제품을 유통한다면 그것을 신고해서 일시적으로 수입을 저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단, 한 제품이 한번 인허가가 되면 그 다음에는 동일 제품을 인허가 받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 시행된 화장품법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의 경우, 식약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으므로 그 규정을 잘 활용해 볼만하다. 또한 직구나 구매대행의 경우에는 이름만 직구 또는 구매대행이지 사실상 쇼핑몰처럼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사실상 병행수입과 마찬가지이므로 역시 관련 규정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

아직 직구나 구매대행 사이트가 인허가 미비로 신고됐다는 얘기는 들어보진 못했지만, 이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홈쇼핑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유통사 대표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초기에 마케팅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시장을 독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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